Intro
생각보다 꽃피는 봄이 빨리왔다. 나는 한국의 겨울이 추워서 태국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태국의 여름이 빨리 찾아왔고, 이번엔 태국의 여름이 더워서 일본으로 왔다. 어려서부터 구체적으로 디지털 노마드가 돼야지, 하고 각오라든지 굳은 결심이라든지 있었던 건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단 한가지 키워드가 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자유였을 것이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등등 세상사람들이 돈이 안 된다고 하는 종류의 일들을 찾아다니다보니 어느새 디지털 노마드가 된 지 어느새 반년이 훌쩍 넘었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면서 나는 무얼 느꼈을까?
저의 지난 반년을 돌아보는 셀프 회고의 장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목차
노마드로 살려면
컨텐츠 플랫폼 소개
글을 잘 쓰는 법
노마드로 느낀 점 4가지
결론
노마드로 살려면
노마드에게는 스스로의 경험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형태로 녹여낼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오피스에서 일할 때 왜 굳이 떨어져나와 무엇을 어떻게 더 경험하고 습득하고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6개월 간 주조한 나의 답은, 삶의 가치관이 확장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관에 대해서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들리는 혹은 어떤 감각기관이던 인지할 수 있는 형태의 아웃풋을 내서) 세상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의 경우는 가장 주요한 포맷으로 글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중구난방인 말을 정리하자면 결국, 노마드로 살려면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자신의 수단으로 삼는 크리에이터라면 자신의 글이 어떤 방식을 통해 전달되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에 필연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웹3를 통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한 관심이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나 역시 내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는 웹3 툴에 더 관심을 가지고 둘러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웹3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크게 주목받으리라고 본다. 개성과 취향이 확고한 세대가 인터넷을 이용할 날이 점차 다가오고 있는데, 개인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독특한 타인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니즈가 강화될 거라는 예측도 조심스레 함께 해본다.
그럼 그 글을 어디에 올리냐,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2가지의 플랫폼을 추천하려고 한다. 먼저 섭스택과 파라그래프다. 섭스택은 FoW를 통해 함께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Gen의 추천을 통해 귓동냥으로 전해들었고, 파라그래프도 FoW의 passionDAO를 통해 전해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기능 면이나, 컨텐츠의 퀄리티 면에서나 모두 (슬프게도) 미디엄의 시대는 갔고, 섭스택 혹은 파라그래프의 경쟁이 예상되는데, 파라그래프는 웹3로의 진취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전반적으로 대중적인 기능이나 UX는 아직 섭스택이 월등해보인다.
이 두 플랫폼 모두 하나의 믿음에 근거한 진취적인 액션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믿음은 바로
작가들이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것에 대해 일하고 독자들과 직접관계를 가지면, 외주를 받아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배포할수 있는 콘텐츠를 생성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 공동작업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multi-author 기능여부가 플랫폼이 제공하는 유저경험을 체크하는 데 주된 기준점이었고, 2023년 4월 25일 현 시점 기준, 섭스택(substack)과 파라그래프(Paragraph) 모두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나 디테일 사항이 달랐다. 먼저 섭스택의 경우 한 채널에 발행한 글이 multi-author로 세팅된 계정의 채널에서도 보였으나, 파라그래프의 경우 multi-author로 세팅된 계정의 채널에는 글을 볼 수 없다. 또한, 섭스택이 훨씬 더 세심한 UX를 가지고 있는데, 디테일한 예시로는 뉴스레터 발행시 최종 발행 이전에 subscribe버튼을 내용에 삽입하라-라는 등의 노티를 주는 것 등이 있었다. 단, 파라그래프는 토큰게이트 혹은 구독을 해야만 글이 열리게하는 등의 기능이 이미 구현되어있었는데, 아직 버튼 형태로 구현되지는 않았고 작가가 직접 / 버튼을 눌러 삽입해야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컨텐츠 플랫폼이 탄생하고 있고 변화하고 있으니, 독자분들도 본인의 취향에 맞는 플랫폼을 선별하여 꾸준히 컨텐츠를 쌓아나가주시기를.
이러한 툴 외에도 작가가 할 수 있는 노력으로는 틈틈히 쓰는 메모, 그리고 노션AI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글을 꾸준히 쓰는 게 가장 좋다고 하는데, 나와 같이 현생에 치이는 현대인의 경우는 키워드만 머릿속에 몇 가지로 추려놓고, 그에 대한 생각들을 일상 틈틈히 메모해 놓은뒤, 한 시간을 정기적으로 빼놓고 그 시간안에 글을 완성하기를 추천한다. 혹시 써보지 않은 독자분들이 있다면 노션 AI를 활용해서 글을 쓰는 것을 추천드린다. 생각보다 AI는 통계 수치를 잘 긁어와줬다. 내 말의 근거가 필요할 땐 AI를 먼저 찾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 남는 시간을 오히려 서정적인 글을 적는 데 쓸 수 있다.
노마드로서 느낀 점
지난 반년간 나는 제주도, 태국의 치앙마이, 일본의 시골마을(Takahashi)을 경험했다. 태국에서 느낀 것, 일본에서 느낀 것 모두 달랐는데 총 4가지 문장으로 요약해서 적어봤다.
사람의 행복은 상대적이다.
지구는 우리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니다.
도시의 생활은 인간의 상상력을 제약한다.
그냥 옆집 가족들과 저녁 먹는 주말이 좋다.
도시에서 떨어져나와 이곳 저곳을 옮겨다녔지만 언제나 숙소는 자연과 가까운 시골틱한 곳을 골랐다. 시골쥐 생활을 지속하면서, 마주한 것들은 사람보다는 동물, 곤충, 식물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식물과 동물들이 우리와 공생하고 있었다니! 요즘은 그 동안 그걸 몰랐던 내 모습이 우물안 개구리처럼 느껴지면서, 실제로 집 앞마당에 사는 개구리들과 친구가 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앞마당의 개구리가 내 손톱만한 사이즈인 것을 보면서, 개구리라는 동물이 새삼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개구리들이 민들레 꽃보다도 작다.
이 동네에는 도마뱀도 많은데 사람이 나타나면 갑자기 멈춰버리거나 제일 가까운 구석을 향해 숨어든다. 귀엽고 작은 도마뱀들이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는다. 여기 다카하시(Takahashi, Okayama) 시골에서 만난 동물들의 대부분은 익충이지 않나 싶은데. 최근 내가 읽고 있는 책 중에 <내 영혼이 따듯했던 날들>이라는 책을 보면 동물들은 각 생태계의 균형과 법칙을 지키기 위해 각 먹이 군락의 가장 작고 여린 녀석을 사냥하는데, 이를 통해 포식자 무리의 생존도 유지하고, 피식자 군락의 생태계도 유지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시골 개구리들은 인간에게 쓰다듬을 수 있게 등을 내어준다. (3번 이상 만지면 귀찮다는 듯이 점프한다.) 일본의 시골 마을에 와서 시골쥐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ReFi, 좋아! 했지만 왜 좋은지 구체적인 감각이 없었다. 이렇게 생명들을 만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이고, 내가 아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지구라는 행성이 우리 인간만의 행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ReFi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도시에서 벗어나 지구 생명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번에 몸소 느꼈다.
덕분에 이번 기회에 public goods에 관한 DAO 및 뉴스레터를 찾아보아 여러분께도 소개를 해드리고자 링크를 첨부했다. 웹3의 공유지는 희극으로 끝날지, 비극으로 끝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각자가 본인만의 방식으로 노력하며 그 결말이 희극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 갑자기 이것저것 공유드리고 싶은 서비스들이 떠올라 가져와봤다.
💛 아티클 추천 : How Web 3 Is Helping Combat Climate Change
💛 DAO 공유 : 예전부터 눈여겨봤던 OFP TEM DAO라는 곳을 최근에 알게 되어 공유하려 했는데 코인마켓캡에 후기가 정말 안좋다. 취지는 좋은 다오로 보였으나 사람들이 토큰이 떨어지자 크게 실망한 모습. 이 다오의 아젠다는 아래와 같다.
🌍 Collective Preservation - TemDAO is supporting the preservation, expansion, and development of the world's cultural and heritage resources through transparent democracy. Recent TemDAO donations have gone to Ukraine, Turkey, and Kyoto’s Ninna-ji temple.
6개월 뒤 이 DAO의 미래는 어떨지?
💛 뉴스레터 공유 : 공공재를 위한 인류의 협력 및 방안에 관심있으신 분들이 보시면 좋을 뉴스레터 공유! Web3ForGoods
(다시 본론) 현대 도시의 경우, 인간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그만큼 불확실성과 경쟁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창의성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연과 함께 일상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연에서 뛰노는 다양한 생명만큼 나를 새로이 자극한 게 없었는데, 그 생명들이 지닌 색상은 각 세포들의 움직임마저 너무 신기하다. 이 생명이 지닌 색상과 움직임은 포토샵, 피그마, 일러스트, 애프터 이펙트에서 만들어낸 색상과 모션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화려하며 생생하게 눈으로 들어온다.
나는 그냥 옆집 가족들과 밥 먹는 주말이 좋다. 이번 일본의 숙소는 에어비앤비 후기를 꼼꼼히 알아보며 구했다. 호스트 가족들이 편안하고 따듯하다는 리뷰를 보고 걱정반 설렘반으로 이번 숙소를 선택, 실제로 만난 호스트 가족들은 너무나 따듯하고 편안한 태도로 우리를 맞이해줬다. 호스트 가족은 아기가 5명이나 있다. 이번 주말은 아기 3명과 함께 산성에 가서 주먹밥을 먹었다.
이건 오늘의 산성 피크닉스케치 (이 그림은 채색되어 NFT로 발행될 예정!)
다녀온 도시마다 창문을 찍고, 그림을 남겼다. 이렇게 하나씩 세상에 내 발자취를 남겨가면서 드는 생각. 당신의 창문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생각보다 주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 존재. 당신의 창문이 보여주는 게 어쩌면 당신의 많은 것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끝.